이번주 씨네21 : 나의 영화 베스트10 / 장한나 인터뷰


기대하던 이번주 씨네21을 샀다. 13주년 특대호다. 촉감이 좋은 종이질부터 두툼한 기사들, 각종 기획까지 아주 맘에 든다. 특히 온라인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영화인 92명의 1995년~2008년 영화 베스트" 는 정말 노력했더라. 나는 비록 주간지가 아닌 일간지지만 이 정도 기획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일주일간 노력한 기자들 및 관계자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생각난 김에 나도 "나의 1995년~2008년 영화 베스트" 를 한번 뽑아봤다.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고 그냥 머리에 떠오른 대로다. 그리고 무순이다.

폭력의 역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2005) : 주제는 명확하게, 이야기는 간결하게, 표현은 쉽게.
피아니스트 (미카엘 하네케, 2002) :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이렇게 쓰다니.
히든 (미카엘 하네케, 2005) : 심장이 녹아내리는 긴장감.
혈의 누 (김대승, 2005) : 만두속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꽉찬 영화. 대단한 풍만감.
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2007) : 엔딩이 주는 여운.
고스포드 파크 (로버트 알트만, 2001) : I am a perfect servant.
칠드런 오브 멘 (알폰소 쿠아론, 2006) : 기념비적인 롱테이크.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자크 오디아르, 2005) : 개인적 이유로 완소.
뮌헨 (스티븐 스필버그, 2005) : 스필버그는 왜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까요!
디 아워스 (스티븐 달드리, 2002) :  I can't go on spoiling your life any longer.

그 외에 딱~ 5편만 더 뽑아봤다. 도저히 뺄 수가 없겠더라.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드리, 2000) : 아, 부러운 빌리의 등근육.
본 얼티메이텀 (폴 그린그래스, 2007) : 2편과 싸우다가 결국.
킹덤 오브 헤븐 (리들리 스코트, 2005) : 반드시 확장판이어야 합니다.
아는 여자 (장진, 2004) : 환상의 짝궁.
뜨거운 녀석들 (에드가 라이트, 2007) : 영화 내내 숨어 있는 수많은 유머들.

근데 "김혜리 기자가 만난 사람 시즌2" 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약간 방향이 다르더라. 첫번째 주자로 첼리스트 장한나를 인터뷰했다. 김혜리 기자의 글솜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가 조금만 더 클래식 음악을, 첼로를 이해하고 인터뷰 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나만의 고민도 했다. 예를 들어 장한나를 인터뷰하면서  "왜 쇼스타코비치 녹음 이후 그렇다할 첼협이나 첼소 녹음을 하지 않는 거죠?" 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길 바랬다. 근데 너무 편안하게만 간 느낌. 90% 만족하고 10% 찝찝하다는 거다.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유튜브에서 장한나의 동영상을 가져왔다. 장한나가 연말 그라모폰 어워드에서 올해의 협주곡상을 받은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녹음의 1악장이다. 2006년 BBC 프롬나드 콘서트 공연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아주 질긴 곡이다. 곡의 고무줄 같은 긴장감을 아주 잘 표현해 낸다. 마지막에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데...내가 정말 손수건이고 싶더라.

 

by 오기렌 | 2008/04/23 21:16 | 2008년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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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idelity at 2008/04/24 10:14
하네케 영화가 두편씩이나 되다니. 그러면서 달드리 영화 두편은 충분히 이해.

I can't go on spoiling your life any longer. 라는 대사를 읽는데,
왜 <파 프럼 헤븐>의 데니스 퀘이드 얼굴이 떠올랐나 모르겠어요.
한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Commented by 오기렌 at 2008/04/25 16:04
저 하네케 무지 좋아해요. :) 그런 이유로 이번 신작도 아주 많이 기다리는 중.
그 대사 좋죠. [디 아워스]에서 물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자살하는 장면, 아주 좋아합니다. 편지의 나레이션은 백미구요.
Commented by j at 2008/04/27 14:31
메모해놨다가 볼 영화들이 줄줄이 있네요
하나씩 보고 포스팅해서 여기에 트랙백을 걸어볼까요?
(재밌을 듯 하지만 과연 어느 세월에...-_-)
Commented by 오기렌 at 2008/04/28 08:37
j / 저로서는 대 환영이죠. 그리고 이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커티스 핸슨 감독의 [원더 보이즈, Wonder Boys]도 반드시 보시기 바랍니다. 근데 국내 DVD 미 출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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