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핀커스 주커만 내한 독주회


'PINCHAS ZUKERMAN RECITAL'
: 2008년 5월 12일 오후 8시~10시. LG아트센터

협연자
핀커스 주커만(vn.) 타티아나 곤차로바(pf.) 아만다 포시스(vc.)

리스트
1. SCHUBERT(슈베르트) / Sonatina No. 1 in D Major D.384(소나티나 제1번 라장조)
2. FRANCK(프랑크) / Violin Sonata in A Major(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
3. FAURE(포레) / Apres un reve for Cello and Piano(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꿈 꾼 후에>)
4. KODALY(코다이) / Duo for Violin and Cello, Op.7(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 작품 7)
5. FAURE(포레) / Berceuse, Op.16(자장가 작품 16)
6. KREISLER(크라이슬러) / Liebesfreud(사랑의 기쁨)

앙코르
7. KREISLER(크라이슬러) / 피아노 3중주 가운데 하나....?
8. ?


방금 전에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핀처스 주커만의 리사이틀을 다녀왔습니다. 내일까지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의 일환이구요. 이 축제의 취지가 '실내악의 대중화를 위해 최고의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는 것에 있는 만큼, 비록 핀처스 주커만이라는 거장의 리사이틀이었지만 비교적 싼 가격에 감상했습니다. R석은 5만원, S석은 3만원이네요. (부가세 없음) 국내 공연 현실에서는 정말이지 더이상 좋을 수 없는 기회여서 예매 후 2주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당연한 결과지만 리사이틀은 정말 좋았습니다. 앙코르에서 피아노 3중주만 두 곡을 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예민한 악기에서 어떻게 그렇게 풍성한 소리를 잡아내는지 너무 신기했어요. 정말로.

공연은 8시 정각에 시작됐습니다. 아래위로 검정색 정장을 입은 주커만 등장.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던데, 눈이 안 좋은지 안경을 쓰더라구요. 바이올린 연주만 아니면, 그냥 옆집에서 볼 수 있는 인상 좋은 아저씨 스타일입니다. :)  약간의 튜닝 후에 바로 연주 시작했습니다.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티나 D장조는...그냥 '소박한' 곡이죠. 슈베르트 자신도 이 곡의 상업적 목적 따위는 관심 없이 그냥 친구들과 가족들 불러놓고 즐기기 위해 작곡했다고 합니다. 1악장의 귀여운 멜로디가 연주됐는데, 손이 덜풀렸는지 초반에 약간 음이 흔들린 것을 제외하고는 좋았습니다. 저의 경우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처럼 1악장보다 이 소나티네 역시 2,3악장을 더 좋아하는데 3악장은 정말 경쾌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손을 풀기 위한 프렐류드에 불과했고, 1부의 주인공은 프랑크의 바소 A장조였습니다. 공연 가기 전에 충분한 예습을 했음에도 1~4악장까지 완전히 곡을 처음 듣는 듯한 감동에 휩싸였습니다. 아, 2악장요. 베토벤 바소 9번 크로이처 1악장에 맞먹을 만한 '에로틱한 감정'을 전달하더군요. A장조 소나타에서 가장 대중적이었던 4악장은 주커만의 시원시원한 보잉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더군요. 주커만의 이스라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실황을 보면 - 브루흐의 바협을 연주합니다. - 바협 1악장에서 그 엄청난 멜로디를 음 하나 틀리지 않고 쫙쫙 뽑아내는데요. 그 DVD에서 느꼈던 감정이 4악장에서 그대로 나타나더군요.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고 퇴장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미션.

포레의 꿈꾼 후에는 첼리스트이자 주커만의 부인인 아만다 포시스가 연주했습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주커만과 달리 아주 호탕하게 생기신 분이었는데, 정말 미인이시더군요! 뭐 짧은 곡이라 한참 젖어들 때 즈음에 끝났어요.

2부의 하이라이트는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였는데요. 유일하게 예습을 못한 곡이었어요. 피아노 반주 대신 첼로가 반주로 들어가는데, 멜로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분명 악보가 있는, 논리적인 전개로 이뤄진 곡이지만 헝가리 리듬이 가미돼 아주 즉흥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덜 대중적인 곡이어서 확~귀를 잡아끄는 감동은 없었는데, 그외로 끝나자마자 브라보를 외치는 분들이 많더군요. 중반에 첼로 줄에 현의 털이 끼이자 주커만이 순식 간에 잡아때주던데 재미있었어요. :) 역시 부부라서 그런지 중반 중간 미소를 지으며 하모니 이어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 다음에 포레의 자장가과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은, 그야말로 앙코르용 곡이었죠. 악보가 있었지만 수만 번은 연주한 모양인지 그냥 눈을 감고 마무리하더군요. 특히 사랑의 기쁨은...언제나 들어도 낙관적인 희망이 보이는 아름다운 곡이에요. 그렇게 끝났습니다.

앙코르로 피아노 3중주 두 곡을 듣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 곡은 크라이슬러였고, 나머지 하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 저 말고 다녀오신 분, 어떤 곡인지 확실히 알고 계시나요?) 의외의 수확이더군요. 다음날 또 주커만과 친구들 공연이 페스티발의 폐막으로 있는지라 그렇게 너무 무리하지 않고 끝냈습니다. 관객의 태도는 아주 좋은 편이었어요. 공연 도중에는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이 착했습니다. :)

PS.

1. 주커만은 길 샤함과 함께 가장 실황으로 듣고 싶었던 바이올린 연주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소망 중의 하나가 이뤄질 줄 몰랐어요. 샤함도 친(親)한국적인 연주자니 몇년 내에 또 오겠죠? 주커만의 다음 내한에는 제발 브루흐의 바협을 듣고 싶습니다.  

2. 말이 나온 김에 주커만이 연주하는 막스 브루흐의 바협 1악장을 한번 감상해 보시죠.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70주년 실황입니다. 주커만 아저씨, 백발이 아주 매력적인 옆집 아저씨에요. -_-:


by 오기렌 | 2008/05/12 23:42 | 2008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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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 at 2008/05/19 19:58
오...이럴 줄 알았어요!
- 생생한 리뷰보고 안간걸 후회하는 1인 -.-
Commented by 오기렌 at 2008/05/20 16:02
J / 자리가 완전히 매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안 보신 분들이 더 아쉽더라구요. 저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연이었는데, 참석하신 다른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주커만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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