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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Die Musik
by 오기렌


다시 듣는 엘렌 그리모의 <Credo> 2010년


간만에 음반쇼핑을 하면서 프랑스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Hélène Grimaud)의 앨범을 두 장 골랐다. 그리모와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euroarts) 블루레이와, 그리모의 새로운 녹음인 Resonances(DG)다. 오늘 저녁 배송을 기다리며, 그녀의 이전 앨범인 Credo(DG)를 다시 한번 듣고 있었다. 아이팟 클래식에 저장한 이 앨범을 듣는 와중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이 앨범의 완성도가 너무나 훌륭했던 것이다. 물론, 이 앨범의 표제인 Credo(신념?)이 명확하게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한, 글들은 또한 온라인에 너무나 많으니 다른 사이트를 통해 알기 바란다. 내가 말하고자 싶은 것은 코리글리아노 - 베토벤 - 아르보 패르트로 이어지는 세 작곡가들의 곡을 이어간 구성이다. 완전히 다른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이 흘러나간다. DG의 앨범 홈페이지에서 보니 그녀가 직접 선곡하고 곡순서까지 뽑았다고 한다. 참으로도 매력적으로 뽑혀나온 앨범 표지도 그러하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라면, 이 앨범 표지도 모 유명한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혹시 아시는 분?)

1번 트랙인 코리글리아노의 곡은, 그동안 신경써서 듣지 않았는데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답다. 마치 타악기를 치는 듯한 독특한 화음 아래,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이 연주된다. 코리글리아노는 무조성의 음악을 추구하는 현대 미국 작곡가 중의 한명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네이버 검색의 도움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와 합창 환상곡이 연주된다. 17번은 베토벤 피소 중에서 가장 자주 듣는 곡이고, 한창 피아노를 공부할 때도 가장 잘 치고 싶었던 곡이었다. 다른 피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 알차고 우수에 찬 멜로디는 32개의 피소 가운데 단연 으뜸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곡은 비오는 날에 잘 어울리는데, 그리모의 연주도 참, 더 이상 정교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심하다. 얼마 전 읽은 책 <빈필, 음과 향의 비밀>에서 비너 필하모니커의 일원은 "베토벤은, 대충 연주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정확하다. 베토벤이 지시한 바대로 정확하게 연주하지 않으면 연주자나 청취자나 같이 힘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내가 들어본 17번 가운데 최고라는 생각이다.

합창 환상곡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이다. 어릴 적, KBS에서 누군지 알지 못하는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단이 이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피아노, 오케스트라, 합창이 합쳐지면서 환희를 이뤄가는 부분은 베토벤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역동성, 확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생각보다 잘 연주되지 않지만 겨울 즈음에 들으면 정말 좋은 곡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아르보 패르트의 <Credo>로 넘어간다.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처음부터 지배하더니,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합창들이 일관되지 않은 채로 무수히 많은 음을 배출하는 느낌이다. 청취자의 심적 불안감은 처음부터 확장되기 시작하더니, 극도로 커져간다. 그러고는 천천히 흘러나오는 바흐의 평균율. 눈가에 눈물이 맺히도록 감동적이다. 이 정도의 현대음악이라면 정말 몇번을 들어도 좋겠다. 훌륭하다. 멋진 종결이다.



동영상은 이번 앨범 Resonances 를 위해 DG에서 제작한 것이다. 일단 외모가 훌륭하니, 어떤 상황이라도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 모짜르트, 바르톡, 리스트, 베르그의 음악들을 역시 '일관성' 있게 담았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 받고 들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설렌다. 생각해 보니 그리모가 DG에서 나온 앨범이나 DVD는 거의 모두 가진 셈이 된다. 바흐도 좋았고, 슈만과 브람스의 곡들을 모았던 Reflection 도 괜찮았다. 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피소 28번을 모은 앨범은.....생각 외였지만 들을 만 했다. -_-: 

  

덧글

  • matthaus 2010/11/16 18:16 # 답글

    확실히 눈으로 보기도 하는 공연/영상의 특성 상, 외모가 미치는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하게 같은 연주라 가정해도 빵모자 쓴 굴다님의 것과 아름다우신 그뤼모님의 것은 받는 감흥이 천양지차..
    그나저나 아이디가 슈베르티아데시네요?! 부럽습니다. ㅎㅎ
  • 오기렌 2010/11/17 12:55 #

    정말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 쿨럭 ㅡㅡ:
  • 빵떡 2011/08/20 21:04 # 답글

    엘렌 그리모의 브람스를 아주 좋게들었구요
    항상 페달은 건조하게 쓰지만 오직 음색만으로
    그렇게 촉촉한 소리가 나는것이 아주 인상깊었구요.
    제가 좋아하는 연주자 TOP5에 꼽힙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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